Tuesday, February 23, 2010

밤 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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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출처 : www.ehow.com

집에 돌아왔다.

이번 여행중에 대략 1000 miles 정도를 달린 것 같다.
Galveston - Freeport - Llano - Austin - San Antonio - Bastrop

혼자서 다니니 여유로워서 좋긴 좋은데, 운전을 많이 해야하니 좀 많이 피곤하긴 하더라. Llano에서 한 '근 10년만에 해본 등산' 때문인지, 아님 장시간의 운전 때문인지, 샌 안토니오쯤에선 다니는 내내 허리가 끊어질 듯 했다. 음, 운동부족인가? 쩝...
어쨌든, 마지막 날 집에 오는 길에는 거의 비몽사몽...

너무 피곤해서, 텍사스 밖으로 나갈 엄두까진 못내고 컴백홈했다.


운전한 이야기를 좀 해보자면,,,
Interstate가 아닌 텍사스 하이웨이나 로컬 도로는, 운전하기가 참 피곤했다.

Interstate는 주간 고속도로로, 길이 거의 곡선없이 쭉쭉 뻗어있기 때문에 속도도 잘 나고 쑥쑥 가는 느낌이라면, 텍사스 하이웨이나 로컬도로는 어쩜 그렇게 극과 극이었던지...
어쩌다 트래픽 많은 구간에는 편도 2차선, 아님 거의 대부분 편도 1차선에, 길도 주로 꼬불꼬불 길이다. 몇 십마일마다 마을을 한 번씩 통과하느라 속도를 줄여야하기가 일쑤고, 게다가 아스팔트가 아닌 콘크리트 도로는 소리도 많이 나고, 심심하면 패여있고 울퉁불퉁하다.
interstate 도로나 텍사스 하이웨이 둘 다, 보통 속도 제한이 낮엔 70mph (miles/hour), 밤엔 65mph 정도다. 근데 운전하는 입장에선 차이가 많이 난다. 낮에는 밝으니 큰 차이를 못 느끼는데, 밤이 되면 꼬불꼬불한데다가 가로등 불빛도 없는 텍사스 로컬 도로는 운전하기가 상당히 피곤하다.

한창 운전에 재미들려서 다닐 땐, 그런 길들이 험한지 어떤지 모르고 겁도 별로 안났는데, 이번에 여행하면서는 밤에는 가급적 운전을 안하고 싶더라. 어찌나 겁이 나던지,,, 밤 운전이 새삼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왔다.
하이라이트를 켜고선 고작 몇 미터 앞만 보면서 60~65 mph의 속도로 달려나가는데, 쭉 뻗은 도로면 모를까 언덕배기를 끼고 있는 도로는 마치 몇 미터 앞에 낭떠러지가 있는냥 끊겨보이기도 했고, 게다가 굽어서 도는 길이라도 만나면 행여나 언덕 넘어 급 커브가 있지는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그런 불안감들이 몰려오니 속도가 점점 줄어들게 되더라. 하이빔을 쏘면 조금 더 보이긴하지만, 맞은편에서 오는 트래픽에 내내 신경을 써야하니까 그것도 계속 쓸 수 없는 노릇이고... 마음 한가득 두려움, 불안함을 안고 운전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밤에 어두운 길을 운전하더라도, 하이라이터 불빛으로 보이는 바닥에 그어진 노란선만 보면서 쭉쭉 따라가면 별 문제 없는데, 쓸데없이 앞선 상상력이 날 공포로 몰아넣고 있진 않은가..'
만약 앞에 나올 길이 급 커브이거나 또 다른 위험요소를 포함하고 있다면, 친절한 안내표지판이 충분한 거리를 두고 뿅 나타나 내가 대비할 수 있게 미리 경고해 줄 것이다. 그런데 난 몇 미터 앞이 더 훤히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뭐가 그리 불안한건지...

살아가는 것도 크게 다를 바 없겠다는 것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내가 가진 목표가 지금 당장엔 눈에 보이게 뚜렷한 목표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지만, 지금 나의 현실속에서 내가 해야할 일들, 내게 주어진 일들을 하나하나 하면 되지 않겠느냐고. 그렇게 한발 한발 나아가다 보면 결국 목표지점에 도착할 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론 중간에 올바른 방향을 위해서 잠깐 멈추어서서 되돌아 보거나 점검하며 갈 길을 다시 재조정 할 수는 있겠지. 하지만 너무 신중한 나머지 그 점검이 너무 잦아서 점검이 또 하나의 목표가 되어 버리는 주객전도는 있어선 안 되겠다. 한 번 목적지를 정하고, 어느 도로를 타고 갈 것인지 지도로 체크를 한 다음에는 - 한 번 결심을 했고, 한 번 나아가기로 했으면 - 일단은 가는거다. 이 길이 맞는지 아닌지.. 저 앞에 뭐가 있지나 않을까.. 가는 내내 노심초사해가며 갈 필요가 없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표지판을 잘 살피며 가면, 행여 길 중간에 낭떠러지가 있다고 하더라도 난 제때에 멈추어설 수 있이니 믿고 가라.
그리고 만약 길을 잘못 들어 헤매게 된다면, 그 때 다시 지도를 보고 다른 길을 골라서 가면 된다. 조금 돌아간다고 해서, 조금 늦게 간다고해서 목적지가 사라지는 건 아니다. 난 결국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이다.

 
며칠 혼자 운전하며 돌아다녔더니, 마지막 날 즈음, 피로가 극에 달했을때엔 길 한가운데 뭐가 있는듯한 헛것이 보이는 경험을 아주 잠시 하기도 했다. =_=;;;
몸은 좀 많이 고되었지만, 나 혼자만의 시간속에서 생각이 뻗어나가는대로 두런두런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할 수 있었고 또 정리할 수 있었던 시간이라 내겐 좋은 시간이었고 값진 경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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