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하고 집에 오는 길이었다. 늘 그렇듯 시카고 다운타운을 나서는 I-90/94나 오헤어 근처 I-294는 늘 막힌다. 멍 때리며 운전하다가 문득 지지난달에 했었던 로드트립 생각이 났다.
지지난달, 그러니까3월에 텍사스-뉴욕-시카고의 루트로 로드트립을 했다. 그러면서 주 경계마다 차를 세워 주 표지판을 배경삼아 사진을 찍었다. 그거라도 해야 의미가 있을 것 같았다. 면적이 넓은 주를 지나갈 때엔 낮 시간을 꼬박 달려야 한 주를 지날 수 있을 때도 있었고, 여러 개의 작은 주들이 다닥다닥 붙어있는 동부쪽을 지날 땐 하루에 몇 개의 주를 지나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어떤 주에서는 이쁜 사진을 여러장 찍을 수 있었고, 어떤 주 (특히 웨스트 버지니아주) 같은 경우에는 밤에 지나다가 visitor center에서 잠깐 내려서 사진만 후다닥 찍고 다시 차에 타기도 일쑤였다. 그런 경우엔 밤이기도 했고, 또 급하기도 하고 했던터라 사진의 품질은 그닥 -_-;;;
사진의 양이 대략 200장쯤 되었는데, 싸이월드에 절반 올리고 그 다음엔 힘들어서 잠정 포기상태…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 사진들은 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에 고히 잠들어있는데, 내가 어디 블로그나 페이스북 따위에 포스팅하지 않는 한 영원히 내 하드디스크에서 고히 잠자고 말거란… 그런 생각. 그러면서 예전에 어릴 때 디카로 열심히 찍어대긴 했으나, 빛을 보지 못한 채 벽장 한 구석 어느 DVD 안에서 쿨쿨 자고 있을 사진들도 생각이 났다.
사진기를 들고 다니고 열심히 찍는다 한들 그걸 내가 나중에 다시 본다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랑 공유하고 있지 않는다면 그리 소용이 있을까. 그 많은 사진들, 다 보지도 않을거면서 이상하게 나온 것 까지 DVD에 고대로 굽혀서 보관되어 있다. 다른 것들도 마찬가지다. 학교에 다닐 땐 한 학기가 마치면 그 동안 수업했던 자료들이며 레포트며 폴더별로 잘 정리해서 백업을 받아두었다. 어쩌다 한번씩 하드 드라이브를 포맷하고 OS를 새로 설치하려고 할 때, 평소에는 잘 열어보지도 않던 파일들도 알뜰히 백업을 해 놓는다. 그리고 그 파일들을 다시 볼 일은 아마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왜 그런 데이터 백업에 집착을 하는 것일까. 하드를 백업하고 다시 DVD로 구워놓고… 정작 구워놓은 DVD를 나중에 다시 꺼내어서 볼 일도 없을거면서… 왜 그런걸까? 단순히 '만약의 경우를 대비'하는 걸까? 아님 그런 식으로라도 내가 살았었노라는 증거를 남기고 싶어서 그러는 것일까? 그것도 아니면 일종의 소유욕으로 해석해야할까? 만약의 경우를 위한 것이라면, 파일들을 너무 마구잡이로 싸잡아 넣는 것 같고. 소유욕으로 무작정 모아서 보존하기에는 쓸모없는 정보의 양이 너무 많은 것 같다.
개인 데이터 백업 자동화툴이 있으면 좋겠다. 비슷한 아이템들은 묶을 수 있고 버전관리까지 해줄 수 있으면 더 좋겠다. 조금 더 나아가자면, Xanadu 프로젝트처럼 아이템간 링킹이 자유자재로 제공되고, 태킹은 물론 가능하면 좋겠고. 파일의 중요도에 따라서 분류가 자동적으로 다르게 적용될 수 있어야겠고. 궁극적으로는 여러가지 다른 파일 타입을 가진 정보들이 서로 링킹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게 자동화툴로 가능하게 되려면 시맨틱 기술이 아주 발전되어야하지 않을까...?!
운전해서 집에 오는데, 중간에 형부까지 태워왔더니 거의 1시간 반만에 집에 들어왔다.
그래도 오늘은 이런저런 생각하느라 운전이 덜 지루했다. 사실 이것 말고도 다른 생각 많이 했는데 오다가 다 까먹었다. 어쨌든 재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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